아파트 난방시설이 노후되어 중앙난방을 지역난방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소위원회를 만들어 분석했고, 입주민 설명회도 열었고, 3,144세대 중 2,396세대(76.2%)가 서면으로 동의했고, 구청에서 행위허가까지 받았습니다. 공사비는 약 70억 원. 절차를 꽤 꼼꼼히 밟은 것 같은데, 대법원은 이 결정을 법 위반이라고 봤습니다. 왜일까요?
어떤 상황인가요?
3,144세대 규모의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기존 중앙집중 난방을 지역난방으로 전환하려면 중앙보일러실의 보일러 8기, 중온수펌프 11기, 배관설비, 중간기계실의 온수탱크·급탕 및 난방펌프와 배관까지 대부분 철거하고, 지역난방용 열량계·열교환기·펌프·배관을 새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비용은 약 70억 원이었습니다.
전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과정을 거쳐 난방방식 변경을 결정했고, 이후 입주민들이 그 입주자대표회의를 해산시키고 새로 동별 대표자를 뽑으면서 선출결의가 유효한지를 두고 소송으로 번졌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난방방식 전환이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이 정한 가중된 결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 당시 기준으로는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 결의, 또는 각 5분의 4 이상의 서면 합의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받은 동의는 76.2%에 그쳤습니다. 5분의 4, 즉 80%에 못 미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상태에서 난방방식 변경을 결정하고 구청에 행위허가를 신청한 것은 집합건물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못 박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대법원은 어떤 공사가 ‘공용부분의 변경’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기존 공용부분의 외관과 구조를 변경하거나 기능과 용도를 변경해서 공용부분의 형상 또는 효용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인지를, 변경되는 부분과 범위, 변경 방식, 변경 전후의 동일성, 들어가는 비용 등을 종합해서 본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난방설비와 배관 대부분을 뜯어내고 완전히 새로 까는 공사였고 비용도 70억 원에 달했습니다. 단순 보수나 개량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경이라고 본 이유입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구청의 행위허가를 받았다는 사정이 면죄부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행정청의 허가는 공법상 절차일 뿐이고, 구분소유자들 사이에서 요구되는 사법상 결의 요건은 그것대로 따로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판결은 또 하나의 쟁점도 정리했습니다. 동별 대표자 선출결의 무효확인 소송은 입주자대표회의를 피고로 삼는 것이 맞고(입대의는 동별 대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법인 아닌 사단이므로 분쟁의 실질적 주체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의 임기가 만료되었더라도 새 구성원이 선출될 때까지 필요한 범위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그 사정만으로 다툴 이익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실무 팁
현직 관리사무소·입주자대표회의 관점에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지금은 정족수가 완화됐습니다 — 반드시 현행 기준으로 확인하세요. 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은 2020년 개정으로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 3분의 2 이상 및 의결권 3분의 2 이상으로 바뀌었고, 제41조 제1항의 서면·전자적 합의는 2023년 개정으로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 4분의 3 이상입니다. 판결문에 나오는 4분의 3·5분의 4는 당시 기준이니 그대로 인용하면 안 됩니다.
2) ‘구분소유자 수’와 ‘의결권’은 별개 기준입니다. 세대 수만 채웠다고 끝이 아니라 지분(의결권)도 같은 비율을 넘겨야 합니다. 동의서를 받을 때 두 기준을 함께 집계해 두세요.
3) 아파트는 두 법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행위허가 요건과,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집회 결의 요건은 서로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청 허가를 받았어도 결의 요건이 모자라면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4) 대규모 공용부분 공사는 착수 전에 법률 검토를. 난방방식 전환, 승강기 전면 교체, 외벽·구조 변경처럼 비용과 범위가 큰 공사는 ‘개량이냐 변경이냐’부터 갈립니다. 동의서를 다 받고 나서 요건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면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참고로 이 판결은 파기환송입니다. 대법원이 법리를 정리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낸 것이고, 전 입주자대표회의의 해산사유가 정당한지는 환송 후 심리에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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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다86597 판결(한빛아파트동대표선출결의무효확인) · 관계법령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5조·제41조, 구 「주택법」 제43조(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 본 글은 일반적인 내용 정리이며, 정족수 등 법령은 개정될 수 있고 개별 사안은 관리규약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